빠띠: 행동하는 시민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지난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섰습니다. 1.5도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설정한 마지노선입니다. 지난해 수치는 엘니뇨 주기가 돌아오며 상승폭이 일시적으로 커진 결과라고는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첫 문장을 읽고 심장이 쿵, 내려앉으셨나요? 어떤 뉴스를 보고 그런 감각을 느낄 때면 곧이어 무력감이 덮치곤 합니다. 세상이 분명 잘못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해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시시각각 덮쳐오는 냉소와 외로움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행동하고 싶은 시민들의 선한 열망은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안으로 향해, 그 주인을 태워버리곤 합니다.
위의 두 문단을 읽고 공감하신 분이라면, 이번 콘텐츠를 유심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고민을 해결하려 나선 단체를 소개하려 하거든요. 바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입니다.
빠띠, 시민을 연결하다
2월 15일 목요일, 서울 동대문의 DDP 디자인홀에서 열린 빠띠의 쇼케이스에 다녀왔습니다.
빠띠는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입니다. 2018년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열망을 실천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약 100여명의 활동가와 기획자 등이 모였는데요, 간단한 다과와 함께 빠띠의 활동가들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들 또한 마련되었습니다. 부스존에서는 그동안의 빠띠의 활동 사례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고, 체험존에서는 빠띠의 여러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빠띠는 현재 4개의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1️⃣ 캠페인즈: 디지털 캠페인 및 공론장 운영
2️⃣ 데모스X: 사회 현안과 대안을 논의하는 숙의 공론장 운영, 사회적 실험을 위한 커뮤니티 빌딩
3️⃣ 데이터X: 공익 데이터 구축 및 활용 지원
4️⃣ 솔루션X: 시민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 개발
각 플랫폼의 키워드를 뽑아보면 캠페인, 공론장,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빠띠가 이 4개의 키워드를 핵심으로 여기는 이유는, 시민이 스스로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빠띠 창립자이자 이사장인 시스(권오현) 님의 말을 옮겨볼게요.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공간, 자산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이런 시대에 시민들이 발언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시민들의 힘으로 무언가 만들어내 시민의 것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기회를 만들고 역량을 키우는 일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시민을 연결한다는 빠띠의 목표는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매우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죠. 사람들을 모으고, 대화하게 하고, 실천을 끌어내며, 결과를 확산시키는 모든 과정에 빠띠가 개입했습니다. 각 단계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교육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2019년부터 빠띠가 진행해온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은 총 5만명입니다. 캠페인 참여 인원은 18만명이고요.
동물권행동 카라의 번식장 폐쇄 캠페인, 여성가족부의 버터나이프크루, 알맹상점의 브리타 정수기 필터 재활용 촉구가 빠띠 프로젝트로 실현됐어요. 정부와 지자체와 협업해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공론조사 참여도를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시티즌패스, 세상을 바꾸는 연결
이번 쇼케이스는 빠띠의 새로운 기획인 시티즌패스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의 연결이 세상을 바꿔요”라는 슬로건처럼, 시티즌패스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광장입니다. 대화·공동체·실천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여의도 밖 정치’를 위해 만든 서비스죠.
기존 플랫폼과 달리 시티즌패스는 네트워킹, 협업, 교육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시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인데요. 이전 프로젝트들은 전문가, 활동가가 주도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양상이었다면, 시티즌패스에선 시민들이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갖춰 직접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동료를 찾는 것이죠. 시티즌패스에 가입하면 모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요.
시티즌패스에선 어떤 이야기든 가능하지만, 관심사를 기준으로 모임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각 모임은 타운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공론장, 데이터, 팩트체크를 주제로 3가지 타운이 준비돼있습니다.
1️⃣ 공론장
- 활동가의 성장을 돕는 공론장 기획자 과정을 운영합니다. 공론장 기획 및 운영, 의제 설정, 동료 모색, 결과물 시각화 및 확산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 새로운 동료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2️⃣ 데이터
- 데이터를 사회 변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이터 액티비즘을 실천합니다.
- 공공 데이터의 개념부터 활용 및 분석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3️⃣ 팩트체크
- 시민이 직접 팩트체크에 나섭니다. 언론 중심 팩트체크에서의 수용자 역할에서 벗어나 팩트체크 문화를 확산시킵니다.
- 시민 팩트체크 교육 과정과 시민 팩트체커 그룹을 운영합니다.
타운에서의 활동에 제한은 없습니다. 시티즌패스 가입자라면 여러 타운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요.
핵심은 연결과 참여입니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들을 연결하고, 참여를 통해 시민으로서의 효능감을 얻게 하는 겁니다.
특히 저(벨빅)는 시티즌패스의 멤버 소개 페이지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곳에서는 멤버들의 관심 이슈, 활동 지역 등을 자유롭게 소개하며, 어떤 분들이 이 공간에 모여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저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기에 한국에 들어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활동가들과의 연결에 늘 목말라있었거든요. 이 기능 자체는 매우 평범하고 간단하지만, 그만큼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빠띠는 기술을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려 합니다. 각자도생이 보편화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술을 민주주의의 도구로 재해석하는 실험이죠.
사회적 변화는 개인의 의지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변화의 필요를 느끼는 시민들의 꾸준한 참여, 연결, 행동을 통해서 이루어지죠.
시티즌패스는 월 8,800으로 시작하지만, 현재는 베타 운영으로 무료로 가입하고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시작하는 여러 모임들도 있는 만큼, 여러 크고 작은 변화를 꿈꾸고 계신다면 한 번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둘러보기: https://citizen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