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쩌다 나토(NATO)에 데뷔한걸까?

윤석열 대통령이 무대 데뷔를 마쳤다. 아이돌도 아니고 무슨 무대를 서냐고? 그냥 무대가 아니라 국제 무대 데뷔였다. 그것도 윤석열 대통령만 처음 서는 게 아니라 한국이 처음 서는, 나토 정상회의. 나토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가서 무슨 얘기를 한 걸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국제 이슈를 볼 때마다 긴장되는 요즘이다. 외교에 절대 느슨할 수 없는 시기, 애정클에서 한 번에 딱! 집중해서 알아보자.


지금 상황 알아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 3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7월 1일 귀국했다. 나토는 이례적으로 대한민국을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하였다.


개념부터 짚고 가기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조약기구)는 현재 30개국(곧 32개국)이 가입해있는 정치적, 군사적 동맹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북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서유럽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나토는 평소엔 회의나 외교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지만, 기본적으로 국제 군사기구의 성격을 띈다. 핵심 조항인 나토 헌장 제5조는 나토 회원국이 비회원국에게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회원국들이 함께 대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알면 좋은 맥락

러시아와 나토, 그리고 우크라이나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소식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구가 이 전쟁의 원인 중 하나다. 2019년 취임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 가입 추구’를 헌법에 명기하자, 러시아는 이를 명분 삼아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존재 자체를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초부터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군사 강국이자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은 동유럽 국가들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1949년, 이에 위협을 느낀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로서 나토를 설립했다. 1955년, 소련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 8개 국가와 함께 비슷한 성격의 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를 만들었다. 두 기구는 냉전 기간 동안 경쟁해왔다.

냉전이 종식되며 1991년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해체됐지만, 나토는 유지됐다. 미국과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은 나토가 동쪽으로, 즉 러시아 쪽으로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구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은 줄줄이 이어졌다. 1999년에는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이었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2004년에는 발트 3국 등이 가입했다. 결국 러시아는 나토 국가와 국경을 맞대게 됐다.

러시아와 나토의 긴장관계는 21세기에도 지속됐다. 2008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지지했다. 같은 해 러시아는 조지아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했고,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이번 나토가 왜 그렇게 중요한데?

  • 나토라는 단체를 들어본 적은 있는데, 요즘 뉴스에서 많이 보니 새롭다. 듣자하니 한국이 나토 회의에 초청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이번 나토는 뭐가 다르길래 다들 나토 얘기인 걸까?


불과 3년 전까지 나토는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불렸다. 나토의 시작은 구소련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대응이었던 만큼, 냉전이 끝나고 국제질서가 재편된 이후엔 더 이상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아래의 세 가지 지점에서 예외적이었고, 그렇기에 의미가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1) 러시아를 유럽과 북미 대륙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러시아는 ‘2022 전략 개념’에서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지목됐다. 2010년 전략 개념에서 나토의 ‘파트너’로 규정됐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만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나토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나토는 러시아에 대응해 군사 방어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략 개념


전략 개념은 10년마다 갱신되는 나토 동맹의 핵심 문서다. 나토의 주요 목적과 세계 안보 환경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임무를 제시한다.

2) 나토 창설 이후 최초로 전략 개념에서 중국을 언급했다.

나토는 이번 전략 개념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뒤엎으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서 규범이란 민주주의, 인권,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세워진 국제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군사, 경제,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을 펼쳐 왔다. 미국과는 공격적인 무역 정책으로 대결해왔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는 영토 분쟁을 지속했다. 군사력 강화에도 힘을 쏟으면서 홍콩과 대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2010년대부터 지속돼왔다. 이에 2019년 나토 정상회의와 2021년의 나토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의 부상이 얘기되긴 했지만 ‘기회도 될 수 있고 도전도 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였다. 전략개념에 ‘도전’이라고 언급된 것은 무게가 다르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미국과 유럽의 안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유럽이 느끼는 압박이 강해졌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 차원의 제재에 불참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도 무산시켰다.

3) 창설 이후 최초로 아시아·태평양의 협력 국가들을 초대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정상들도 초청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나토가 유럽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까지 중국 견제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고 해석한다.

중국은 위 국가들의 초청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반대 입장을 냈다. 나토의 범위인 북대서양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해당 국가들을 초청한 것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개입하는 행동이라는 주장이었다. 미국은 각 국가들의 참여 여부가 중국이 거부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위의 세 가지 지점을 볼 때 나토가 근본적 전환을 맞았다고 평가한다. 러시아를 잠재적 동맹국으로 보고 중국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냉전 이후 시대는 마무리되고, 새로운 국제관계의 장이 시작됐다는 거다.

냉전 이후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라 불리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주도해왔다.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다른 나라에 개입하고 군사적, 경제적 패권을 행사하는 식이었다. 미국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것이 타당했는지, 세계의 안전이라는 목표를 진정으로 추구했는지를 두고는 해석이 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절대적인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 내부에서 여러 위기가 발생하고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세계를 책임질 필요 없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도 된다는 미국우선주의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러한 경향은 트럼프 정권에서 심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며 미국은 자신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며 신뢰를 되찾으려 했다. 그러던 중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는 모든 국가는 평등하고 영토에 대한 주권을 가진다는 국제법의 원칙을 어긴 것이다. 즉, 현재 세계의 안정을 유지하던 기본적인 ‘규범’을 깨뜨린 거다.

전 세계, 특히 미국과 유럽은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뭉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견제하러 나섰다. 세계를 두 편으로 가르는 국제질서가 30여년 만에 다시 나타난 거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신냉전’이라 표현한다.

냉전은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경제 체제의 충돌로 설명됐다. 하지만 신냉전은 민주주의 권위주의, 또는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정치 체제의 대립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냉전과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나토 외에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안보협의체)라는 새로운 연합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 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가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나토랑 뭐 했는데?


한국은 나토 정상회의 참여를 통해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하반기에 나토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나토 주재 한국 대표부를 개설하기로 했다. 핵보유국에 대한 나토의 대응에도 연대하기로 했다. 한국이 직접 다른 참여국 정상들에게 북한 비핵화에 협조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토 정상회의와 겸해 한미일 정상회담도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해 세 나라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참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한다. 당연하게도, 중국은 한국의 나토 회의 참여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중국 언론은 한국과 중국의 신뢰가 회의 참석으로 훼손됐다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중국 정부 역시 나토의 행보가 냉전과 같은 집단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중국와 복잡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신냉전 구도에서 특히 곤란한 입장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영향이 클 뿐더러, 북한이라는 특수한 문제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 진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나토 정상회의에서의 외교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 이번 외교, 괜찮았다.

미국의 새로운 동맹 구조에 참여한 것은 한국에게 기회가 될 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경제 구조도 강해질 텐데, 여기서 빠지면 우리에게 손실이 클 거다. 나토의 도움을 받으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도 유리해질 수 있다.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는 것도 필요했다.

👎🏿 이번 외교, 걱정이다.

나토와의 협력에 한미일 안보 공조까지 강화됐으니 북한, 중국, 러시아는 엄청 자극 받았을 거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vs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굳어져서 나중에 북한과 얘기하기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나중에 미국의 대중 노선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어질 수도 있다.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오늘 담소 마무리


윤석열 정부는 나토와의 협력 강화가 특정 국가, 즉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며, 다만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을 지키기 위해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의 확실한 외교 노선을 말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모두가 어지러운 대혼돈의 신냉전시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데다가 북한과의 외교 문제도 안고 있는 한국은 정신을 더 똑바로 차려야겠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선택의 원칙은 무엇이 될지 지켜보자.


오늘의 담소 요약


  • 나토는 과거 냉전시대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기구이다. 냉전 종식 후에도 회원국 수를 계속 늘려갔고, 이는 러시아에게 위협으로 작용했다.
  •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과 러시아를 위험으로 간주하고, 회원국이 아닌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까지 초청했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민주주의 체제의 미국과 그 동맹국들 대 권위주의 체제의 중국·러시아라는 신냉전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린다고 분석한다.
  • 한국은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이를 비판했는데, 한국은 중국와 복잡한 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