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장' 이동학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쓰레기센터 대표

<애증의 인터뷰> 다섯 번째 주자는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다. 그의 별명은 ‘지구촌장’이다.  2년간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직접 전 세계의 쓰레기 문제를 탐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저서 <쓰레기책>을 쓰고 환경운동단체 ‘쓰레기센터’를 만들었다. 민주당에서는 환경 의제를 대변하는 동시에 실효성 있는 정치개혁의 방향을 탐구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망설임없이 문제의 현장에 뛰어드는 정치인, 이동학을 만나봤다.


이동학이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 애(愛) : “나는 정치가 조화를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수단으로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증(憎) : “나는 정치가 협력하지 못해 아쉽다.”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발목 잡고, 검찰 수사 받게 해서 내가 서게 되는 정치보다는 협력하는 정치를 하면 좋겠어요.

💪 각오 : “나는 기후환경, 초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쓰지 않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요. 꼭 정치를 하지 않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살아가면서 기후 환경과 초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 LOVE

정치인이 되기 전엔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나요? 열린우리당 행사에 아르바이트를 가서 입당하게 되셨다고 들었는데, 그전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는지도 궁금해요.

정치를 처음 접했던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예요. 저희 때는 두발 규칙이 엄격했거든요. 원래 여기에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는데, 제가 그때 학생회장이었어요. 리더의 입장이 있다 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두발 규칙이 헌법에서 얘기하는 신체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학교에서 헌법에 어긋나는 학칙을 최상위법으로 해서 사람들의 신체를 구속하지? 나름 대항을 했는데, 학칙을 바꾸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선생님들이 새로운 룰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고 했어요. 위에서 공문이 내려왔대요. 두발 자유화 하라고 정치인들이 결정을 내렸다는 거예요. ‘정치가 옳은 결정을 힘 있게 내리면 사회가 바뀌는구나’ 했죠. 그때부는 그냥 ‘정치가 멋진 일이구나’ 하는 생각만 했는데, 그러다가 군대를 갔다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어느 정치인의 멋진 연설을 듣고 당원 가입을 하게 됐어요. 이후에 나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치인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정치인이 되셨는데, 정치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했나요? 재미있었나요?

아니요. 들어오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새로운 나라’, ‘잘 사는 나라’ 등 가슴을 뛰게 하는 몇 가지 구호가 있었어요. 근데 제가 맞닥뜨린 당의 정치라고 하는 건 제가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어요. 굉장히 많은 권모술수와 불법을 보게 됐고요. 실제로 제가 당에 들어오자마자 경찰 조사도 받고 검찰 수사도 받았어요.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국민 경선이라는 걸 처음 도입한다고 당의 방침이 섰는데, 그 대결이 불법적으로 이뤄졌고 제가 거기에 의도치 않게 연루돼버린 거예요. 정치 과정이 그렇게 정정당당하지 못한 건 위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그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실 정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요. 정치 제도 안의 수많은 직책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동학님께선 당 최고위원을 역임하셨어요. 최고위원이 하는 일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최고위원은) 회사로 따지면 임원이에요. 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거죠. 최종 결정과 그것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당 안에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 과정들이 있어요. 의원총회, 전당원 투표제, 여론조사 등 여러 가지로 이제 진행이 되는데요. 그 안에서 당의 주요한 사안들이 논의돼요. 저는 청년과 환경이라는 미래 이슈의 대변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송영길 대표에 의해 발탁됐어요.

최고위원회 구성에서 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가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최고위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선출직 최고위원이 있고 지명직 최고위원이 있어요. 지명은 당 대표가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당 대표의 의중이 어디 있는가에 따라서 지명 최고위원의 전문 분야나 역점은 다를 수 있겠죠.

2003년 입당을 하시고 최고위원이 되시기까지 약 20년간 정치를 하셨는데요. 그동안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치를 하게 되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검증된다고 생각해야 돼요. 그러면 자신의 양심이나 행동의 공공성을 관리하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그 관리를 하지 않고 살면서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는 건 넌센스에요. 남들 앞에 서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준비가 필요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공심(公心)이에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공적 마인드. 근데 사적 마인드가 앞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려고 하면 사회는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자기 관리와 공심, 두 가지가 중요해요.

환경 문제, 고령화 대응 등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뚜렷하신데요. 민주당이 동학님의 문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곳, 비전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당은 완벽할 수 없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 부족하고, 확실하지 않아요. 다만 완벽함과 확실함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여러 정당이 있지만 저는 그나마 민주당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슈는 정치인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거예요. 지금 당론과 구성원들의 생각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 이슈들이 필요하다고 여론을 환기시키고, 같은 꿈을 꾸도록 만드는 게 정치인의 역할인 거죠. 사람들이 저한테 정당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연설을 함께 듣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해요. 정당의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말을 통해서 공동의 꿈을 갖게 돼요. 정치는 공동의 꿈을 갖고 해결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정치인이 꿈을 갖고 있고, 당원들에게 자신의 꿈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사회의 리더가 될 만한 자질을 갖춘 거죠. 지역사회, 정당, 국가의 리더 다 마찬가지에요. 사람들을 설득해서 다수파를 만드는 거죠.

그런 영향력을 행사해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으실까요?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두발 자율화, 제가 혼자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의 노력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고요. 그다음에 만 18세 참정권이요. 이것도 물론 앞장서서 노력해 주신 분들이 많지만, 저도 노력했고 그 결과가 나왔어요. 앞으로 더 확장돼서 최소한 교육감 투표권은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봐요. 일차적으로 고등학생, 궁극적으로는 초등학생까지도 주어지면 좋겠어요. ‘몇 살부터 시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답할 수 있나요?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인정하고 함께 가야 해요. 그런 자유와 선택권의 확장이 민주주의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몇 살부터 시민인가’와 이어지는 얘기 같은데요. 일단 청년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2030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청년들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청년이기만 하면 수많은 다양한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저는 청년 정치 1세대예요. 청년 정치를 3세대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1세대는 청년들의 자리, 소통 창구를 만들려 했어요. 우리에겐 모임조차 없었거든요. 대학생위원회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런 걸 만들기 위한 게 1세대의 투쟁이었어요. 2세대로의 확장은 2011년도 등록금 투쟁을 하면서 이뤄졌는데요. 지금 해 주신 질문이 2세대 버전이에요. 당사자 운동, 그러니까 어른들한테 부탁하는 게 아니라 청년이 스스로 정치권에 진출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 그 목소리는 다양할 수밖에 없어요. 부동산, 등록금, 취직, 실업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얘기가 정치권으로 들어오죠.

그런데 2세대 버전에 머무르면 청년은 청년 얘기만 해야 돼요. 지금 나타나는 문제점이 그거예요. 이거를 뚫고 나가려고 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또 생기고 있어요. ‘내가 왜 청년 얘기만 해야 돼? 나는 부동산 이슈에 대해서 청년 주택 뿐만 아니라 부동산 세금의 부당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이럴 수 있는 거잖아요. 3세대는 그런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청년을 대변하는 걸 넘어서 젊은 세대의 시각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계기를 만드는 거죠.

💔 HATE

지금의 정치에서 가장 문제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싸우는 것만큼 힘이 있는 게 협력이거든요. 근데 지금은 협력의 질서가 아니에요. 룰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상대방을 무너뜨리면 내가 당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마이너스 정치예요. 사실 정치인들은 지금의 정치 제도가 크게 나쁘지 않아요. 왜냐하면 유력 주자한테 혹은 계파에 잘 들어가 있으면 또 공천 받고, 자기 당이 유력한 지역에 공천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지금의 제도가 그런 것들을 굉장히 증폭시키는 정치이기 때문에 이 정치를 좀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죠. 또 한 가지는 약간의 권모술수로 안 좋은 뒷말을 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낮게 만들면 내가 올라간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인간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지는 몰라도 정치권이 좀 더 심각하죠.

2년간 전세계를 돌며 환경·쓰레기 문제를 직접 체험한 이동학 ⓒ이동학

현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만드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신선했어요. 그 태도의 유무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해요.

우리나라는 정치의 인재풀이 너무 얕아요.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까 선거 때마다 그때 유명한 사람들을 영입해요. 정치의 인재풀을 확보하기 위한 틀을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초·중·고등학교의 학생회가 중요한 역할을 학교에서 해내면서 정치 리더들을 길러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학생회를 정상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기 때 효능감도 느껴보고, 리더로서 인정도 받아봐야 해요. 이런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 정치권으로 와서 사회적인 갈등을 다루는 거예요. 학교에서의 갈등을 다뤄봤던 사람들이 사회에서의 갈등도 다뤄볼 수 있는 기회들이 열려야 되는데, 지금 그렇지 못한 상태고요. 그러다 보니 정치도 무너져 있는 상태인 거죠.

인재풀이 얕다 보니까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과 정치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적다는 걸까요?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치권 내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이기는 어려워요. 기업 분야, 산업 분야 같은 영역에서 자신의 두각을 드러내서 정치권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법조인들이 많이 오죠. 법률가들이 질서를 이끌어가는 상황들이 되다 보니까 사법적 이슈가 정치의 중요 이슈가 돼버리는 거예요. 이런 우선순위를 보고 다른 의제를 갖고 있는 정치인들은 많은 자괴감을 느끼겠죠. 우리 사회가 신문의 1면, 2면을 이런 식으로 소비해야 될 지를 두고요.

우리 정치에서는 흔히 유명한 전문가를 발탁해오잖아요. 이런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될까요.

자기 분야에서 잘 해온 사람을 정당이 투자도 하지 않고 영입할 게 아니라, 정당에서 문제 해결형 정치인을 키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10억 정도의 펀딩 금액을 만들고, 탐구할 수 있는 주제들을 공모를 받아서 거기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연설이나 PT로 발표하게 하는 거죠. 10억 원을 펀딩해서 백 명을 선발하면 한 사람 당 천만 원씩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어요. 그리고 6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소멸되는 지역에 가서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터뷰해 보고 해결책을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인들이 탄생될 수 있어요. 당이 체계적인 지원으로 젊은 시절부터 문제 해결을 경험하도록 하는 과정 자체가 다 정치인 양성 과정이에요. 사회 문제 해결과 정치인 양성, 민주당의 뿌리가 강해지는 결과가 모두 연결되는 거죠. 지금 명함에 무슨 부위원장 무슨 특별위원장이 적혀 있는 게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그냥 직함만 갖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런 과정으로 자기가 가진 그 직함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양성될 수 있습니다.

다당제 의제를 자주 제시하시는데, 한국 정치에서도 다당제가 가능할까요? 다당제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양당제 정치가 주는 폐해는 극명해요. 상대방 욕만 하면 내가 당선되는 구조예요. 저는 다당제 정치로 가기 위해 비례대표가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지역구 정치인들이 지역구민의 표만 받는 지역구 중심의 정치에선 기후위기, 연금 문제 같은 국가적인 아젠다를 다루기가 어려워요. 지역구 체제에서의 자기 생존을 도모해야 되기 때문에 굳이 이런 이슈를 다룰 이유가 없는 거죠. 국가 전체를 보면서도 지역구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그게 비례대표라고 봐요.

비례대표가 늘면 특권을 누리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거 아니냐고 오해를 하시는데, 정치인의 특권은 당연히 줄여야 됩니다. 정치인에게 들어가는 전체 예산은 지금과 똑같이 맞추고 그 안에서 비서진 숫자, 국회의원 봉급을 줄여서 일하는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는 거죠. 그렇게 해서 절반인 250석 정도는 비례대표 의석을 만들자는 거예요. 국가와 지구 전체를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이 나와야만 미래 이슈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동학 님이 소속된 민주당 내부에서 비례대표 확대와 다당제 정치에 대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지금과 같은 정치 체제에서 의원을 한두 번 더 한다고 암울한 미래가 바뀌지 않아요. 다음 세대를 위해서 혹은 현재의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더 좋은 정치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해주시는 게 제 바람이죠.

초고령 저출산 문제를 빈부 격차와 양극화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관점이 필요할까요?

고령화만 문제라고 생각하면 고령자의 연금을 늘리면 돼요. 지금 민주당의 생각은 연금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고, 지급 대상을 하위 70%에서 100%로 늘리는 거예요. 그럼 이렇게 물어보죠. 왜 40만 원이죠? 40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 10년 뒤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있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해서요. 연금제도와 의료에 들어가야 되는 비용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텐데 10년, 20년 뒤에는 어떻게 할까요? 한 번 준 것은 다시 거둬들이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니 토론이 있어야 돼요. 저도 민주당이지만, 지급 대상을 오히려 50% 정도 수준으로 줄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소득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넘어갔는데도 이렇게 연금을 지급하는 건 준비가 안 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지금 투자를 이렇게 하고 나중에 세금을 조금 올리자” 이런 세대 간의 설득 작업이 있어야 됩니다. 개별 복지 비용 올리자, 연금 올리자 할 게 아니라 2050년을 상정한 복지, 의료 시뮬레이션이 있어야 되는 거죠.

🍷 CLUB

정치인이 아닌 저희들은 제가 원하는 정치를 위해서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요? 투표를 제외하고요.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정치는 모든 분야들이 다 직결되는 곳이에요. 우리 사회가 어떠한 아젠다와 이슈를 통해서 바뀌는지, 어떤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경험해보면 사회를 종합적으로 보는 시야가 트여요. 어느 단위의 선거 캠페인이든지요. 정치 안에 들어오면 여러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쓰레기 문제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을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영세하고, 여기에서 월급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이에요. 일터가 안전하지도 않아요. 정치에서는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요. 자신의 의견이 한 번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서로 이해하면서 조율해가는 과정 자체가 정치에요. 그 과정을 단기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선거 캠페인이에요.

정치의 변화를 위해서 정치가 시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을까요?

민주주의가 좋은 점은 비판 의식이 있다는 거예요. 신뢰하는 정치인이라도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 사람만 신봉해서 가게 되면 사회의 원칙이 헝클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와요. 그 사람도 실수할 수 있고 그 사람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전제해야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들의 역할은 비판적인 생각들을 염두에 두는 것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에요. 시민들은 비판적 사고를 하고, 정치인은 잘못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태도로 시민들에게 접근함으로써 그런 변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후위기와 정치, 마음이 지치기 쉬운 두 가지 영역에 발을 걸치고 계신데요. 어떤 문제가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좌절감이 들 때 마음을 어떻게 다독이고 계신가요?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굉장히 힘들겠죠. 그렇지만 노력하는 거예요. 저는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남의 삶이 아닌 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타인을 돕고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때 내 삶을 유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의미 있게 살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요. 그냥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사는 게 제가 행복한 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