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활동가' 이대선

이대선

사단법인 청년김대중 재단 대표
민주당 청년선대위 국제연대위원장

<애증의 인터뷰> 네 번째 주자는 이대선 사단법인 청년김대중 재단 대표다. 그는 세계의 시민 운동에 연대하는 활동가이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온 정치인이다. 국경과 의제를 넘나들며 이대선 대표가 바라본 정치의 모습은 어떨까?

이대선이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 애(愛) : “나는 정치가 조화를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정치는 시민사회와 제도권의 조화를 만드는 공간이라고 봐요. 서로 다른 목소리의 조화를 만드는 공간이기 때문에 효용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 증(憎) : “나는 정치가 편향되는 게 아쉽다…”

정치는 서로 싸우더라도 마지막 합의점,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되는데, 편향되는 공간이 되면서 끝까지 합의점을 못 만드는 것 같아요.

💪 각오 : “나는 세계와 연대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우리나라는 이제 국제 연대를 시작하는 수준이에요. 앞으로 연대가 필요한 사안들이 많잖아요. 앞으로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가 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절대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LOVE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엔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제가 고향이 광주예요. 광주에서 2030 친구들의 세대가 5.18 민주화 운동을 겪으셨던 분들의 자녀 세대에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도 5.18을 겪고 김영삼 대통령 전까지는 5.18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됐어요. 광주 안에서만 구두로 역사를 전달해서 저는 그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이러한 사실은 내면화하고 있었지만 ‘내가 남들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는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걸 깨닫게 된 계기는 대만 유학이었어요. 대만에 가니 중국에서 천안문 시위를 주도했다 망명한 분들이 많았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활동했던 왕단 교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천안문 시위에 참여했던 분들께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왕단 교수께 제가 광주사람이라고 하자 매우 반가워하시며 신기해하셨어요.

정치권에 들어가게 된 건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어요. 유학 중 송영길 전 대표가 제가 다니던 학교에 방문학자로 대만에 왔었어요. 당시 조교로 송영길 전 대표를 돕게 되었고,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송영길 의원실에 들어가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어요. 그 전까진 국내 정치를 잘 몰랐어요.

대만 유학을 하시게 된 것도 정치와 관계가 있나요?

전혀 상관없어요. 그냥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하고 갔어요. 근데 이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정치인이라고 하면 뭔가 서사를 가지고 등장을 했잖아요. 가령 586 세대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인 서사를 가지고 등장하며, 그 서사를 정치 시작한 계기로 멋지게 풀어내시죠. 하지만 우리 세대는 사회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에, 그보다는 사소하고 개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서사를 가지고 들어와요. 우연히,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거죠.

국내보다는 국제 연대, 인권 활동 등 국제적인 사안을 중심으로 활동해오셨어요. 국제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국제 연대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조슈아 웡과의 교류에요. 조슈아 웡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언론 보도부터 간담회 진행까지 조슈아 웡을 많이 도와주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바로 두 달 후에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어요. 조슈아 웡이랑 태국 민주화 운동가들이 친분이 있어서 저도 연결이 됐고, 이어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 관해서도 활동하게 됐어요.

제가 조슈아 웡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 건 젊은 스피커들의 역할이에요. 지금 90~00년대생들이  세계적인 아젠다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난민, 여성 인권, 기후 위기 등의 의제를 이들이 끌고 가고 있어요. 그리고 청년 스피커들이 각자의 아젠다들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하고 있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그레타 툰베리가 홍콩 민주화 운동과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요. 조슈아 웡도 기후 위기에 대해 말하고요.

국제 연대를 왜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아시아의 2030에게는 한류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조슈아 웡한테 한국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냐고 물어보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고 답하지 않아요. 넷플릭스에서 영화 <택시 운전사>와 <1987>을 봤다는 거예요. 태국, 미얀마, 홍콩 모두 그래요. 페이스북이든 인스타든 가장 활성화가 잘 돼 있고 팔로워가 10만 명이 넘는 계정들은 한류 계정이에요. 근데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 그 계정들이 갑자기 바뀌어요. 한국 민주화 운동 역사에 대해서 웹 자보를 만들어 올려요. 아시아의 많은 친구들이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성공적인 민주화 운동의 사례로 기억하고 있어요. 한류의 소프트 파워로 민주주의와 문화예술이 맞닿아 있을 때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연대를 해야 된다고 봐요.

국제 연대 활동은 ‘시민활동가’로서 참여해오셨잖아요. 정치와 시민활동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우리나라는 시민단체와 제도권 정치가 따로 가고 있어요. 독일 같은 경우는 시민 단체를 정치 단체라고 해요. 반면 우리에겐 정치적 중립에 대한 강박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제가 이런 모든 국제 연대 활동을 했을 때 시민 활동가들이 정치 활동을 겸해서 하고 있다고 하면 (국내에서는) 조금 부담감을 느끼세요. 뭔가 정치적으로 선호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런데 시민활동을 하더라도 제도권과 호흡을 해야지 세상이 바뀔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미얀마 사람이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자 만료가 되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거예요. 이 사안은 시민 활동가들이 기자회견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법무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실질적으로 해결돼요. 시민활동과 제도권에 사이에 거리가 있고 신뢰가 없으면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요.

현실 정치에 개입하면서 뿌듯하다, 재밌다. 계속 이걸 하고 싶다고 느끼신 적 있나요?

저는 정말 재밌어요. 정치는 어쨌든 결과를 만들어내잖아요. 어떤 의제든 마지막 순간에 진짜 결과를  만들어내는 화룡점정의 순간에 정치가 있어요. 그래서 더 뿌듯한 것 같아요.

현실 정치에서 대선님이 열매를 맺은 사례가 있을까요?

미얀마 쿠데타 규탄 결의안 채택이요. 관련해서 국회의원 모임을 구성했고, 그걸 통해서 결의안 채택이 돼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유학생들의 비자 문제가 해결됐어요. 외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진행이 되면 빨리 캐치를 해서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슈화를 먼저 시키려는 역할을 많이 했었죠.

김대중 대통령 얘기로 넘어가볼게요. ‘김대중 정신’이라는 표현을 정치인들이 많이 사용하잖아요. 청년김대중 대표로서 ‘김대중 정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김대중 정신’에 들어갈 수 있는 가치는 많아요. 가장 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조화에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 만나는 조화의 지점이요.

역사적인 인물에게서 배울만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태도가 뛰어난 개인, 스타 정치인에 기대는 정치 풍조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돼요.

김대중 대통령이 결과적으로는 스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죠. 광주에서는 특히 영웅시되고요. 하지만 김대중은 어느날 뚝 떨어진 인물이 아니예요. 본인이 살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고뇌를 많이 한 사람이고, 스스로 완전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며 변화의 과정을 많이 거치셨어요. 예를 들어 퇴임 후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진 기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요. 그때 당시에 국내 정치권에서 거물 정치인이 기후 얘기를 한 건 처음이었을 거예요. 저는 앨 고어의 역할이 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앨 고어가 환경에 대해서 미국 정치권에 얘기하는 걸 캐치했다고 봐요.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많이 고뇌하고 변화하셨어요.

스타 정치인으로 바라보면서 추종하는 게 아니라, 청년김대중은 김대중 대통령의 가치를 지금 시대에 맞게 풀려고 해요. 김대중 대통령은 창조라는 게 어쩔 수 없이 벤치마킹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셨어요. 저희를 보고 스타 정치인 몇 명을 거론하면서 지금 이 친구가 이렇게 하고 있는데, 시대가 이런데 김대중 대통령 얘기를 할 때냐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근데 그건 저는 신경 안 써요. 서로 존경하는 인물을 베이스로 깔고 가는 건데요, 뭐.

💔 HATE

여러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시게 됐잖아요. 실제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 보니까 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청년 세대가 당장 의회로 진출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2030을 위한 청년 정치를 얘기했을 때 인물에 집중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도전하는 것도 좋은데, 자리라는 것은 고정값이 있기 때문에 파이가 생기지 않는 싸움이에요. 저는 2030을 위한 청년 정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시스템이라고 봐요. 지금부터 시스템을 하나하나 체크해서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의 변화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금은 청년 정치라고 하면 인물이에요. 2030 정치인 하면 딱 누구누구 하고 인물에 집중하죠. 그보단 우리가 다 같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들어가고 빠져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해요. 유럽처럼 청년당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훈련하게 하거나, 고등학생·청소년의 대외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당으로 들어왔을 때 대외 활동을 통해 생긴 고민을 제도권에서 풀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이 진입을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이미 마음 자세부터 사실상 다른 거거든요. 정당에서 권력에 대한 야망을 갖는 것과 제도를 통해 어떤 아젠다를 해결하려는 야망을 갖는 건 다르니까요.

새롭게 들어오신 분들이 기존 정치인들이랑 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도 모순이 생겨요. 그 모순들을 빨리 캐치해내야 해요. 신인 정치인이 기존 정치인들에게서 임명을 받아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요. 매번 임명을 받게 되면 새로운 정치가 탄생하지 않아요.

정치에 관련된 일을 하시면서 아쉬웠다거나 회의감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정치가 기쁨으로서 할 수 있는 업종은 저는 아니라고 봐요. 예를 들어서 민생이라고 했을 때는 민생이 먹고 사는 문제랑 관련이 돼 있으니까 치열하게 토론을 해야 돼요. 긍정적으로 정치를 하고 싶어도 이 사안들은 너무 진지한 사안인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젠더 문제도 우리가 웃으면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즐겁게 지내고 싶고 웃으면서 뭔가를 해결하고 싶지만, 전 토론이 없을 때 가장 회의감이 들어요. 정치는 하나의 싸움의 공간이에요. 사실 저는 그런 면에서는 HATE가 좀 필요하지 않나 해요.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토론하며 치열하게 싸워서 합의점을 만들어야 되는데, HATE가 싫어서 이 과정을 피해가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서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에요. HATE가 필수 요소가 되어야지 정말 좋은 정치가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럼 그 HATE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합의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면 그건 희망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토론을 하고 기분이 나빠도 "우리는 다 같이 합의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합의점을 만들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신뢰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2030 청년 정치인들의 정치는 SNS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SNS에서는 자기의 생각을 툭 올릴 뿐 대화가 되지 않아요. 대화의 장이 더 많이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신뢰할 수 없더라고, 적이라고 해도 대화를 통해서 합의점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되는 거죠. 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당 사이에서도 합의점을 찾아간다는 전제가 항상 깔려 있어야지 희망을 가질 수 있어요.

🍷 CLUB

정치도 하다 보면 느나요? 경험이 쌓이고 성장한다는 건 특히 청년 정치인들한테 중요한 부분일 것 같아요.

정치라는 게 사람들의 관계성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많아요. 시민활동가와 얘기하는 것도, 미얀마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도 관계성을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인적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교류가 가능한데,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저마다 달라요. 사람과의 관계들을 조율하고 누가 어떤 의제를 가지고 있는지 계속 보면서 생각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요소들이 계속 쌓이는 것에 대해 ‘는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축적이라는 말이 좋은 것 같아요.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저는 활동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치권 내에서 있는 행사들이 유익한 것들이 많아요. 그레타 툰베리도 당원은 아니지만 스웨덴 사민당 행사에 많이 참여해요. 정당 활동이 아닌 사회 활동도 좋은 참여라고 생각해요. 그런 곳에서 일차적으로 자기만의 정치관을 형성해서 정당을 선택하고 투표를 하고 당원 가입을 하는 거죠. 책을 읽는 것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다양한 직접적인 활동들이 정치관을 만들어요. 그게 유권자로서 가장 좋은 정치 행위인 것 같아요.

정치를 보면 지치는 마음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혐오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결국 기대에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잖아요. 그런 혐오감은 저는 건강한 혐오감이라고 생각해요. 정치 혐오감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무관심이나 무력감에 빠지는 것에 비하면 정치 혐오도 나쁘지 않은 현상이에요. 박지현 전 위원장과 586 정치인들이 싸우는 게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만 다루게 되고, 거대 양당이 신뢰도를 많이 잃기도 했어도 지난 몇 년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시스템도 꽤 건강해졌어요. 이준석 씨가 당 대표가 된 건 시스템을 바꿨기 때문이에요. 의원들의 입김으로서 돌아가는 당 대표의 선출이 아니라 여론을 수용해서 당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으로요. 또 협의 체계에서 여성 비율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민주당에서는 지금 최고위원 7명 중 4명이 여성이에요. 정당 역사상 최초예요. 정치라는 건 회의에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거고, 그 점에서 건강한 거예요.

항상 큰 그림을 보는 게 희망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겠죠. 마지막으로 애정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TV에서 본 정치인들의 정체성을 알 수가 없어요. 미디어에서 인터뷰하는 거는 이슈, 사안에 대한 얘기만 하지 어떤 사람인지에 설명해주지 않아요. 〈애증의 인터뷰〉 같이 정치인이 본인을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을 미디어가 내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청년 정치인들의 존재를 말해주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