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릴까 말까? 한은의 고민
금리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주어지는 이자의 원금 대비 비율을 말한다. 금리의 변화는 항상 사람들의 관심이 된다. 얼마나 많은 대출이자를 내고 예금이자를 받을 수 있는지가 달려있는 문제기도 하고, 오르내리는 금리를 보면 전체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미국이 급속도로 금리를 올렸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경제에 관심이 많거나 뉴스를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금리는 정부가 경제를 조절하는 가장 주된 방법 중 하나로 이용되고 있고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금리, 어떻게 정해지고 언제 오르는 걸까?
기준금리는 어떻게 정해질까?
금리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은행에서 정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도 은행이 정한 금리대로 이자를 납부해야 하고, 은행에 돈을 예금할 경우에도 금리에 따라 이자를 받는다. 흔히 경기가 좋아져서 돈의 흐름이 많아질 때 금리가 올라간다. 경기가 좋다는 것은 가계(개인)도 기업도 여기저기 돈을 쓰고 투자할 데가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곧 돈을 빌리고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기에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금리의 결정은 은행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각국의 중앙은행이 개입한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한은)은 매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민간은행들과 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인데, 이에 따라 시중 금리도 오르내린다.
기준금리가 정해지면 민간은행에서는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이자율을 결정해 개인이나 기업 등에 돈을 빌려준다. 가산금리는 누가 돈을 빌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체로 신용도가 낮을수록, 즉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이 클수록 이자율도 높아진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정해진 금리에 따라 은행에 대출이자를 지불하거나 예금이자를 받게 된다.
정부는 기준금리를 조정해 시장이 적당한 수준에서 활발하게 돌아가도록 조정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기준금리를 낮춰 사람들이 쉽게 돈을 빌리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반대로 경기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도록 금리를 올려서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돈이 많이 돌면 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금리는 물가상승률과 함께 움직인다.
미국 금리, 올리고 또 올리고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세계 각국은 기준금리를 최대한 낮게 유지했다. 가라앉은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완화되자, 낮은 금리 때문에 거꾸로 물가가 오르는 문제, 인플레이션이 생겼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빌려 시장에 돈이 흔해졌고, 그만큼 물건(일상적인 소비재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도 포함한다)을 살 때 돈을 더 많이 줘야 했기 때문이다.
2022년 미국에서 벌어진 상황이 바로 이랬다. 2022년 6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9.1% 높았다. 소비자물가지수란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품목들을 정해서 이들의 가격 변화를 추적하는 지수다. 즉 1년 전에 비해 같은 물건을 9%의 돈을 더 주고 사야 했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올려서 돈의 흐름을 묶고, 이를 통해 물가 상승을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갑자기 올리면 시장도 충격을 받는다. 때문에 조금씩 서서히 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보통 한 번에 0.25%p정도를 올린다. 미국에서 한국은행의 역할을 맡는 기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미국의 물가상승폭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1994년 이후 처음이었다. 2022년에만 미국은 네 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실시했다. 2022년 초 0%~0.25%에 불과했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년 말 4.25%~4.5%까지 올랐다. (연준은 한국은행과 달리 기준금리를 단일 숫자가 아닌 구간으로 발표한다)
문제는 미국이 이렇게 기준금리를 올리자 한국도 덩달아 기준금리를 올려야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와 한국의 기준금리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문제는 환율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한국보다 금리가 높으면, 한국에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에 돈을 투자하는 게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따라서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만큼 환율이 높아지게 된다. 달러가 비싸지는 것이다.
달러가 비싸지게 되면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해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다른 나라에서 사올 때는 달러로 값을 지불한다. 그런데 달러가 비싸졌으니 똑같은 1달러를 줘도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돈을 더 많이 주게 된다. 미국보다 낮은 한국의 기준금리 탓에 환율이 올라가자(달러가 비싸지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라는 압박을 받아야 했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부담도 커진다
미국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도 코로나19가 끝나면서 2022년 물가 상승폭이 컸다. 2022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였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이유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한은에도 나름대로 복잡한 사정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가계부채다.
가계부채는 개인가구를 가리키는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을 말한다. 보통 가계부채는 가계가 신용으로 빌린 빚인 가계신용으로 계산하는데,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에 신용거래(외상거래) 금액을 합쳐서 계산한다. 즉 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 신용카드 거래대금, 개인 간에 빌린 사채 등 개인들이 지고 있는 빚의 총합이다. 때문에 가계부채는 일반 서민들의 살림살이와도 큰 관련이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즉 개인들이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 2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6%였는데, OECD 가입국 중 스위스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21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6%였다. 쉽게 말해, 가진 돈에 비해 빚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가계부채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아주 빠르다.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2022년 가계부채는 2009년 기준 64.4%에서 41.2%p 늘어났다.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미 빌린 돈이라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자율이 더 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대출은 돈을 빌리는 시기의 금리대로 이자율이 유지되는 고정금리 대출과 시장 금리에 맞춰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금리 대출로 구분된다. 2022년 7월 기준 은행권에서 빌린 가계대출의 78.4%는 변동금리로 이뤄졌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서민들의 빚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낮은 경제성장률 어쩌나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물가는 오르고 있지만 정작 경제사정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의 성장률은 1.5%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 일본의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예측되는데, 이보다도 낮은 것이다.
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경제 침체를 의미한다. 돈이 돌지 않고 고용과 소득이 정체된다. 최근 경제 동향 2023년 2월호에서 기획재정부는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진단했다. 정부의 공식적 경기 진단은 시장에 중요한 신호를 줄 수 있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악화가 본격화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경제 상황이 더 우울해질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돈이 돌아야 물건도 팔리고 임금도 오를 텐데, 금리가 높으면 비싼 이자를 내면서 투자를 하느니 은행에 돈을 묵혀두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 경기가 좋을 때 물가가 오른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왜 나쁜 걸까? 지금 물가가 오르는 주요 원인은 해외에서 사 와야 하는 물건들의 가격 상승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식료품이나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렇게 되니 경기는 침체되면서 동시에 물가도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를 더 막으려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하고, 물가 상승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물가 상승 요인이 해외에 있긴 해도, 금리를 올리면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억제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23일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한은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에디터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