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보는 22대 총선: 강원

선거철이면 한반도를 세로로 가른 지도를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색으로 갈린 한국을 놓고 뻔한 말들이 오갑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습니다. 일단 지도에 색칠을 하고 나면 모든 것이 명료합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결과는 어차피 색깔을 따라가니까요.

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투표소에 들어갈 때를 생각해봅시다. 평소와 다른 투표소의 공기, 투표용지의 빳빳함, 손 안에 도장이 굴려지는 감각, 용지를 투표함에 넣을 때의 묘한 긴장감…우리는 선거를 온 몸과 마음으로 경험합니다. 지역의 정치 성향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지역이라는 공간에 누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죠.

색깔 뒤에 있는 경험의 역사를 쫓았을 때 정치는 달리 보입니다. 그래서 애증의 정치클럽 22년 총선 특집 두 번째 기획은 지역을 들여다봅니다. 지금의 선택을 만든 가장 최근의 정치사와, 이를 다루는 정당의 전략을 살펴보려 해요. 강원, 충청, 호남, 제주, 영남, 수도권 순서로 돌아봅니다.

표심 세 줄 요약

  • 보수 우세: 강원도는 보수정당이 늘 승리해온 지역입니다. 대선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을 제외하면 늘 보수정당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 지선과 총선은 달라: 총선에서는 보수정당, 지선에서는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뽑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 조금씩 맞춰지는 밸런스?: 보수와 진보정당의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 들여다보기

낮은 인구밀도

  • 강원도는 남한 면적의 20%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3%에 불과합니다. 인구밀도가 낮아 여러 지역이 한 선거구에 묶이고, 선거구의 면적이 매우 넓습니다. 의원의 지역대표성이 떨어져 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어렵고, 지역 간 갈등도 조정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인구 유입이 적어 지역 토호의 입김이 강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선에서는 출신 지역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고령화와 도시화

  • 고령자는 투표율이 높고, 지지정당을 바꿀 가능성이 낮습니다. 강원 인구 100명 중 24명은 노인으로, 원주를 제외한 모든 시군이 초고령화에 진입했습니다.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 군인 인구가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고령화율이 낮습니다.
  • 반면 춘천, 원주 같은 대도시 지역은 아파트 밀집지역 확대로 수도권 인구가 유입되며 정치 성향도 수도권 표과 연동되고 있습니다.

접경지역

  •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대북정책과 안보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반공주의에 입각한 보수주의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됩니다.
  •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이 접경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이 지역들은 강원도 내에서도 보수 성향이 특히 강합니다.

지역 간 차이

  • 도시, 농어촌, 접경지역 등 지역 특성이 다양한 만큼 지역별 생활양식과 정서가 상이합니다. 따라서 도 전체의 경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 영동과 영서 지역의 갈등구도가 있습니다. 수도권에 가까운 영서에 지원이 몰리는 것에 대해 영동 지역의 불만이 있습니다. 또한 영동의 보수세가 더 강합니다. 강릉에서는 2000년대 들어 한 번도 진보정당이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영동은 영서에서 지지세가 높은 후보에 반대 투표를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 다만 최근 들어 두 지역의 정치 성향 차이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정치사

🗳️최근 3번의 총선

19대 총선(2012): 새누리당 9석

  • 처음으로 강원도 전체 선거구를 한 정당이 석권했습니다. 이전 선거에선 한나라당 3석, 통합민주당 2석, 무소속 3석으로 보수정당이 사실상 패했는데, 다시 강원도의 보수 성향이 극대화됐다고 평가됐습니다.

20대 총선(2016): 더불어민주당 1석  새누리당 6석  무소속 1석

  • 민주당이 대도시인 원주을을 가져갔지만, 여전히 보수 성향이 강세였습니다.

21대 총선(2020):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4석  무소속 1석

  • 원주갑과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민주당이 가져가며 다시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모두 대도시 지역입니다. 이외의 지역에서도 민주당 득표율이 대부분 40%를 넘기며 선전했습니다.
  • 현재는 무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귀하고, 민주당 이광재 의원의 도지사 출마로 인한 재보궐 선거에서 박정하 의원이 당선돼 보수 강세의 6:2 구도입니다.

📰 주목할 만한 사건들

진보정당의 약진

  • 민주당은 2010년부터 12년간 강원도지사 자리를 가져갔습니다. 이광재-최문순-최문순 도지사가 연속 당선됐었죠.
  • 2022년 지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의 김진태 지사가 당선되며 탈환에 성공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으로 여당의 추진력을 기대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 강원도교육감 역시 12년간 진보 성향 인사가 맡아왔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이었던 민병희 전 교육감이 3연임에 성공했었죠. 지난 지선에서는 보수 성향의 신경호 교육감이 당선됐습니다.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

  • 보수세가 강한 만큼 보수정당에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대 총선의 이철규 의원, 21대 총선의 권성동 의원이 무소속 출마로 당선 후 복당했습니다.

강원 홀대론?

  • 보수정당이 강원도를 ‘집토끼’로 생각하고 홀대한다는 비판이 선거철마다 고개를 듭니다. 보수정당 심판에 무게를 싣는 주장입니다.
  •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닙니다.  21대 국회에서 강원도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습니다.

22대 총선 전략

  • 더불어민주당: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두 지역구에선 재선에 도전하고, 이외에는 지역정치에 꾸준히 도전해온 인물들을 배치했습니다. 지선에서의 성공 사례를 총선까지 끌어오려는 모습입니다. 지역 현안과 밀착해 활동해온 활동가 출신들도 있습니다.
  • 국민의힘: 오랫동안 지역구를 지킨 현역 의원들을 주로 내보냈습니다. 지역 보스의 파워와 여당 프리미엄을 엮어 내세우는 전략입니다. 탈환을 노리는 지역에는 신인들을 내보냈습니다. 각각 기재부 관료, 판사, 언론인 출신입니다.
  • 제3정당은 공략이 소극적인 지역입니다. 개혁신당에서 두 곳에 후보를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