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계파 갈등이 뭔데?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졌다. 요즘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 민주당 뒤에 꼭 따라붙는 단어가 ‘반성’과 ‘쇄신’이다.

거기다 하나 더, ‘계파 갈등 격화’라는 말이 불쑥 등장했다. 친명이니 친문이니, 민주당 안에서 편 갈라 옥신각신 한다는 것 같은데… 누가 ‘반성’과 ‘쇄신’을 이끌지 정하는 싸움인 건가? 아니, 애초에 같은 당 사람들인데 왜 굳이 편을 나눠야 하는 거지? ‘계파’를 정하는 기준은 뭔데?


지금 상황 알아보기


현재 민주당 내 갈등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제부터 민주당을 누가, 어떻게 이끌어갈지 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선거에 대한 평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거다.

이를 두고 친문친명이라는 두 계파가 대립하고 있다. 친(親)문 ‘친문재인계’, 즉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말하고, 친(親)명은 ‘친이재명계’로 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사람을 말한다.

선거 패배에 대해 친명과 친문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친문
친명
대선·지선 패배의 책임은 이재명에게 있다선거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실패에 있다.
이재명이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특정인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 씌워선 안된다.

친문과 친명이라는 계파의 구분은 대선 이후 점차 또렷해졌는데, 지선 이후 갈등이 심화됐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중립적 성향을 가진 우상호 의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장)을 맡겼다.

  •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재난, 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임시로 구성되는 조직을 말한다. 정치에서는 꼭 비상 상황이 아니더라도 선거로 뽑힌 당 지도부가 없을 때 임시로 당을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을 뜻하기도 한다.

    현재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다. 전 당 대표인 송영길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 당 대표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당 대표 선거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를 꾸렸고, 윤호중 의원과 박지현이 공동 비대위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지선 패배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우상호 의원이 새로운 비대위장을 맡게 됐다.

개념부터 짚고 가기


계파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진 정치인들이 모인 집단을 말한다. 어떤 모임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언론과 같은 정당 외부에서 특정 정치인과 가까워 보이는 정치인들을 계파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정당에는 여러 정치인들이 소속돼 있지만, 대선 후보로 거론될 만큼 당내 의견을 주도하는 리더 격 인물들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런 정치인의 신념이나 정책 방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계파가 형성된다. 같은 정당 소속 정치인이더라도 정당의 이념을 실현시키는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정당 안에 여러 계파가 생기게 된다. 리더 격의 정치인과 이전 직장이나 정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거나 사적인 친분이 있어 같은 계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정당 안에서 계파가 커지고 지속되는 이유는 계파가 정당의 권력, 즉 당권을 획득하는 데 주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당권 획득은 당 대표가 되어 정당의 지도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계파 구성원은 계파의 리더를 당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돕고, 리더는 당 대표가 된 후 계파 구성원들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후보자로 추천(공천)해 정계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계파와 관련해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친O, 반O, 비O)은 모두 계파 리더의 이름에 관계를 나타내는 한자어가 붙은 것이다. ‘친문’이라고 하면 친할 친(親)을 사용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따르는 계파’를 뜻하고, ‘반명’은 반대할 반(反)을 써 ’이재명 의원에 반대하는 계파’를 말한다. ‘비박’는 아닐 비(非)를 붙여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지 않는 계파’를 뜻한다.


알면 좋을 맥락


정치에서 계파 갈등은 늘 존재했다.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인과 남인의 예송논쟁이 있었고,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후로도 이승만계와 반이승만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의 갈등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국내 정치에서 극렬했던 계파 갈등 중 하나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내부의 친박과 친이 갈등이다.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친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세력이다. 친박과 친이의 갈등은 2007년 한나라당에서 17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야당인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친박과 친이는 상대 계파 리더들의 범죄 의혹을 제기하며 격렬히 대립했다. 두 계파는 정책이나 이념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인물만을 중심으로 형성된 면이 컸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승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은 그 후로도 총선 공천을 두고 계속 되었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는 친이계가 공천을 주도해 친박계 정치인들을 후보자 추천에서 배제했다. 친박계는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설립해 총선에 도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친박계가 당내 권력을 잡게 되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친이계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러한 갈등 속에 ‘공천 학살’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오래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노비노, 그리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문비문의 갈등이 있어 왔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민주당, 누가 왜 어떻게 싸우는데?

  • 어느 계파가 주도권을 잡는지가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건 알겠다. 근데 지금 민주당에선 왜 하필 친문과 친명이 대립하는 걸까? 문재인은 이제 ‘전 대통령’이고 정치를 하고 있지도 않는데 말이다. 문재인과 이재명이 싸웠나..?

친문vs친명의 시작은 2021년 재보궐 선거와 지난 대선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민주당의 주류는 당연하게도 친문이었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 중 하나가 이낙연 전 당 대표다. 이낙연 전 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였다. 그런 만큼 친문 세력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다.

그런데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거치며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오거돈 시장이 성범죄 문제로 극단적 선택 및 사퇴하며 치러진 선거였다. 원래 민주당의 당헌 당규에는 당 소속인의 비리 혐의로 인해 재보궐선거를 치를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당 대표였던 이낙연은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헌 당규를 수정했다.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받았고, 결국 민주당 후보들은 큰 차이로 패배했다.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친문계의 입지는 흔들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같은 해 10월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이재명과 이낙연이 맞붙었다. 결과는 이재명의 승리였고, 친명계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대선 시기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지하는 친문계와의 거리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친문계의 위상은 여전히 강력하다. 문재인 정부 시기 등용된 친문 인사들이 계속해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지선 패배 이후 친문 vs 친명의 구도가 형성된 것은 친문계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이재명에게 물어 계속해서 주류 세력을 유지하려 하고, 친명계는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떠오르고자 쇄신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래서 친문 vs 친명인 거군. 그런데 계파 갈등이라는 게 대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건가? 그냥 말로만 서로 공격하는 식인 건가? 정확히 뭘 두고 싸우는 거지?

'개념부터 짚고 가기'에서 설명했듯 계파 갈등당권을 누가 잡는가를 두고 벌어진다. 민주당은 8월, 차기 당 대표를 뽑는 행사인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당선되는 당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계파 갈등은 당 대표 경쟁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친문계는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친명 계열은 ‘이재명 의원이 충분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당 대표가 되어 민주당을 제대로 이끄는 것도 책임을 지는 하나의 방식’이라 말하고 있다. 아직 이재명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만큼 민주당에서 주된 역할을 계속할 것이기에, 출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전당대회의 선출 규정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현재 민주당은 입당 후 6개월이 지난 권리당원에게만 전당대회 투표권을 주고 있다. 친명계는 이 기준을 입당 후 3개월로 낮추자고 주장한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신규 당원 가입이 급증했는데, 그중 대다수가 친명 성향이라 말해지는 2030 여성이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투표할 수 없다. 친문계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계파 정치, 의미가 있나?

  • 계파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던데, 당 쇄신과 계파 갈등은 아예 관계가 없는 건가?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민주당의 분위기가 바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계파 갈등의 결과로 민주당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주류 세력이 바뀌면서 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재정립될 수 있다.

하지만 계파 갈등은 늘 그랬던 것처럼 권력 다툼으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의 계파 갈등을 향한 우려도 지금의 계파 갈등이 자리 싸움으로만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재보궐 선거, 대통령선거,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는 다층적이다. 조국 전 장관의 입시 비리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당 내부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여론이 좋지 않았고, 180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거대 여당이었음에도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정 정치인에게만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총체적인 문제 상황임에도 지금의 계파 갈등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계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계파 갈등은 결국 당권을 둔 자리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다수 국민이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민주당 전반에 대한 실망과 불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은 민주당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현재 친명과 친문의 갈등에는 ‘이재명 의원이 지선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외에는 당 쇄신의 해결책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논쟁이 부재한다.

  •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다 계파로 나뉘진 않았을 텐데… 당 내부에서 다른 의견은 없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심화하는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다. 김영주, 이원욱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계파정치 종식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민주당의 재건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가치와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시작된 ‘광화문포럼'은 정세균계 계파로 보인다며 해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빈부 격차, 비정규직과 노동의 문제, 성평등, 그리고 환경 등의 의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민주당의 비전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국민 앞에 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늘 담소 마무리


앞으로 지켜볼 만한 것은 당연하게도 8월 전당대회다. 전당대회는 당 대표 선출 뿐만 아니라 당의 주요 정책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토론하는 자리다. 민주당이 과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을지 전당대회 관련 이슈를 살펴보며 예측해 볼 수 있을 거다.

정권이 바뀌니 여기도 저기도 변화를 말한다.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소식이 들려와 정신없지만, 가끔은 한 숨 돌릴 수 있는 한 주를 보내고 또 만나자!


오늘의 담소 요약


  • 현재 민주당 내 갈등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친문과 친명이라는 두 계파가 대립하고 있다.친문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이재명에게 물어 계속해서 주류 세력을 유지하려 하고, 친명은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떠오르고자 쇄신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계파는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진 정치인들이 모인 집단을 말한다. 어떤 모임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주로 외부에서 특정 정치인과 가까워 보이는 정치인들을 계파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정당 안에서 계파가 커지고 지속되는 이유는 계파가 정당의 권력, 즉 당권을 획득하는 데 주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 계파 갈등의 결과로 민주당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주류 세력이 바뀌면서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재정립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철학이나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자리 다툼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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