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왜 자꾸 내려가?
뉴스를 보면 우울해져서 뉴스를 보지 않게 됐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우울감은 불안한 경제 상황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불안감에서도 연유하는 듯하다. 사람들의 불안과 답답함이 최근에는 대통령 지지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취임 2달 만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 거다. 전문가들은 취임 초기에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늘 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를 살펴봤다. 그간 뉴스를 챙겨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두 달을 훑어볼 수 있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 알아보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한 달 동안 연속으로 떨어져 32.5%를 기록했다. ‘국정 수행을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3.5%였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개념 알고 가기
언론에서 대통령 지지율이라고 표현하는 건,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조사에 대한 응답 결과를 의미한다. '잘하고 있다', '잘 못하고 있다'와 같은 긍정, 부정 평가 응답을 바탕으로 지지율의 정도나 추이를 얘기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가진 권력의 정당성과 국정 운영의 동력이 국민들의 신임과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주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 취임 초기 높은 양상을 보인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허니문 효과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부정적인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지지율은 하락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문제가 되면서 지지율이 10%p 가까이 하락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태와 LH 공무원들의 투기 사태 당시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지면 문제인지에 대해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이나 정치비평가들이 주요하게 보는 지점으로 세 단계가 꼽힌다. 첫 단계는 국민 절반의 지지인 50%대가 무너지는 것, 다음으론 대선 득표율(윤석열 대통령은 48.7%) 이하로 떨어지는 것, 세 번째는 데드크로스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엔 취임 두 달 안에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어났다.
알면 좋을 맥락
대통령 지지율은 어느 정권이든 간에, 수치가 높든 낮든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주제다.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의 두 가지를 그 근거로 꼽아볼 수 있다.
1) 순방효과가 없었다.
대체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지지율 상승 효과를 낳는다. 순방 기간 동안 대통령의 활동이 언론에 집중 조명되고, 다양한 성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순방 이후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여러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10개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한미일 정상회담도 진행했다. 하지만 순방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내려갔다.
이번 외교 성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국익에 도움 됐다’는 의견은 48%, ‘도움 되지 않았다’는 의견은 32%였다. 하지만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참석 자체에 의미를 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실질적으로 외교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는 적다는 얘기다.
2) 결집효과가 없었다.
결집효과란 외부의 위협에 의해 내부의 결속이 단단해지는 것을 말한다. 보통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지만, 상대 진영의 위협으로 인해 지지층이 뭉치는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결집효과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질 때도 나타난다. 대통령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끼고 모이면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식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의 뚜렷한 결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지지율, 왜 그렇게 떨어졌대?
부정 평가의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 이유 1~3위가 ‘인사 문제’(25%),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12%),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 ‘독단적·일방적’(6%) 순서였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에서도 이와 유사한 항목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리하자면 1) 인사 문제, 2) 경제위기 대응, 3) 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 4) 윤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라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각 항목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달간 연이어 발생한 각종 논란들과 관련돼있다. 배경에 있는 사건들을 차근히 정리해보자.
1) 인사 문제
윤 정권은 연이은 인사 검증 논란을 겪었다. 우선 내각 인사 후보자들의 자진 사퇴가 반복됐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자진사퇴했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온가족이 부정 장학금을 받았다는 논란으로 사퇴했다. 뒤이어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순애 후보자는 만취 음주운전 논란이 있었지만, 인사청문회 기한이 만료돼 인사청문 없이 임명됐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돼 자진사퇴했다.
장관 후보자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모두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 안목과 검증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자진사퇴한 후보자들과 관련된 논란들은 모두 사전에 쉽게 검증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이런 실수가 반복되니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임명이 완료된 요직의 대부분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정부부처 차관급·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의 인사 중 검찰 출신은 15명이다. 이에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사법부 인사들이 대거 유입되면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 견제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검찰 출신이 이례적으로 임명된 자리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 본인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사실은 편중 인사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비선 정치’ 논란까지 더해졌다. 비선이란 정치에서 어떤 단체 또는 개인과 비공식적으로 맺은 관계를 의미한다. 적법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물밑에서 이뤄지는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비선 논란은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대통령실 비서관 부인인 신 씨가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신 씨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인데, 국가기밀인 순방 일정과 동선 정보가 제공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 씨가 국제교류행사 기획 전문가로서 ‘기타수행원’ 신분으로 동행해 순방 준비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더 뛰어난 전문가들이 많고, 신 씨의 업무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은 지속됐다.
여기다 윤 대통령의 친인척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선거운동을 함께 해온 동료이기에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2) 경제위기 대응
복합적인 경제위기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맞으며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경제가 불안정한 것 자체로도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정부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됐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인 만큼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현 정권이 해결해야 하는 경제위기 앞에서 이전 정권을 탓하기만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3) 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지지율 하락과 동반됐다.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 나오는 배경이다. 리얼미터가 11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6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론 여당 내부 갈등과 국회 공백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대표에게 당원 자격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성상납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인정되면서다. 사실 이전부터 당 안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준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가리킴)과 이준석 당대표 간 알력 다툼이 지속돼왔다. 이번 윤리위 결정으로 권성동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선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는 노력은 없고, 당내 자리 다툼에 치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을 리 없다.
게다가 이번 국회는 원 구성(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상임위원을 결정하는 것) 협상에 거듭 실패하면서 열리지도 못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이 여당에게만 있다고 하긴 어려우나, 집권 여당으로서 위기 대응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4) 윤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태핑)에서 보여주는 태도를 두고 논란이 인다.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후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약식 기자회견은 언론과 자주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권위를 벗어던지고 원활한 소통에 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약식 기자회견에서 실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이나 독선적인 태도가 드러나 논란이 됐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52시간제 개편안을 두고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말해 정책 방향성에 혼란을 키웠다. 윤석열 내각 인사 후보자에 관한 논란에 대한 질문에도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며 맞받아쳤다. 최고 인사책임자인 대통령이 인사 관련 비판 여론에 맞서 전 정권보다 낫다는 식으로 항변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거다.
지난 11일, 약식 기자회견 잠정 중단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윤 대통령과 기자들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언론은 지지율 하락 국면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얻은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안들은 언뜻 보면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솔한 태도와 핵심 어젠다 부재라는 큰 맥락에서 얽혀 있다. 대통령이, 정부가 내는 메시지가 충분히 신중하지 못하고, 단일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란 얘기다. 인사 문제와 대통령 자질 논란은 전자에, 경제위기 대응과 여당 평가 문제는 후자에 해당한다.
오늘 담소 마무리
지지율은 국정 운영의 동력이다. 데드크로스 상황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을 추진하기도, 방향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의 제안에 야당이 동의할 리 만무하다. 정치의 불안정성도 높아진다. 지지 기반이 약하므로 정부의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시기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야당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즉, 낮은 지지율은 국민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를 제외하고 국민이 정치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지지율 역시 ‘고려’되는 요소일 뿐, 정책 결정과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대통령의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며 국민의 뜻을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정치에선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신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태도가 비판에 귀기울이지 않는 독선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는 아직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다. 남은 5년간 그간의 과오를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윤석열 정부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오늘의 담소 요약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한 달 동안 연속으로 떨어져 32.5%를 기록했다. ‘국정 수행을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3.5%가 나오면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 상황에 도달했다.
- 언론과 정치비평가들은 1) 국민 절반의 지지인 50%대가 무너지는 것, 2) 대선 득표율(윤석열 대통령은 48.7%) 이하로 떨어지는 것, 3) 데드크로스가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엔 취임 두 달 안에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어났다.
-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1) 인사 문제, 2) 경제위기 대응, 3) 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 4) 윤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가 주로 지목된다. 이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허니문 효과, 순방 효과, 결집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