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분신한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 지대장이 지난 2일 사망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정부의 노조 탄압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양 지대장이 분신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동공갈’과 ‘업무방해’ 혐의

양 지대장과 두 명의 조합원은 지난 2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건설사에 노동조합원 채용과 전임비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사업체에 찾아가 무분별한 집회 시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전임비란 근로를 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맡아 보는 노조전임자의 활동비를 말합니다.

양 지대장은 본인의 정당한 노조활동이 ‘업무 방해’와 ‘공갈’ 혐의로 몰린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야당 당 대표들에게 유서를 남기며 건설노조 수사로 구속된 동료들을 풀어주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건설노조 검찰 수사

건설노조 대상 수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으로 벌어졌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국 13개 지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15명이 구속됐으며, 950여 명이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계급 특진을 걸고 건설노조 불법행위 수사를 격려했습니다. 노조는 정부가 불법행위로 보는 행위들이 정상적인 노조활동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왜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이 다를까?

검경이 말하는 노조 불법행위란 채용 강요, 전임비 강요, 불법 시위등입니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각각 반박했습니다.

채용 강요 vs 채용 차별 금지

• 정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을 우선해서 채용하라고 건설업체에 강요하는 건 불법이다. 노조 가입비 4천만원을 내야 자리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있다!”

• 노조
  
  “건설 현장을 외면한 주장이다. 건설 노동자의 87.4%가 일용직이고 94.3%는 평균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이다. 개별 기업에 상시 고용되지 않고, 현장을 수시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기업별 노조가 아닌 지역별 노조가 현장 업체 교섭을 한다. 고용을 요구해야 노조가 조합원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
  
  채용 요구는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업체와 합법적인 교섭을 벌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근거한 일이다. ‘채용 차별 금지’ 조항에 따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배제하지 말라고 요구한 거다. 노조는 직업안정법이 정한 인력공급 주체로, 조합원 채용 요구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전임비 갈취’ vs ‘합법적 권리’

• 정부
  
  “노조 간부들은 건설업체 노조에서 지급하는 전임비를 ‘금전적 이득’으로 보고 요구했다. 이는 형법상 공갈 혐의의 핵심 구성요건이다. 현장에서 일하지도 않으면서 노조원 처우개선 활동도 안 하는데 회사가 임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

• 노조
  
  “현행법상 조합원 99인 이하의 노조 전임자는 연 2000시간의 유급 타임오프(노동시간 면제)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건설노동자는 현장을 옮겨 다니니 기업과 연 단위 계약을 맺을 수 없다. 그래서 타임오프제 대신 월 40시간에 해당하는 전임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역시 단체협약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노동부도 지금까지 이런 방식을 문제 삼은 적 없다!”

건설노조 측은 정부의 프레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과도한 전임비 요구 등 잘못된 관행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와 악습은 결국 건설노동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노조에 내는 메시지는 여전합니다. 노조가 ‘기득권 고용세습’과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고착시킨다는 표현을 지난 노동절까지도 반복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왜 이렇게 노조에 적대적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노조에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 파업 강경 대응
  작년 11월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일몰제 폐지 요구를 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윽고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 회계장부 미제출 노조 과태료 부과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노조들에 회계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중 63%가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이미 정부보조금 관련 회계는 노동부에 보고하고 있고, 조합비 회계는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과한 개입을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미제출 노조의 정부 지원금을 중단 및 환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이 올해 정부보조금 사업에서 배제됐습니다.
• ‘건폭’ 저격
  건폭은 건설노조가 조폭과 같다는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언급해 논란이 됐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부 노조원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건설사가 월례비라는 웃돈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태업을 일삼는다고 비판하며 쓴 표현입니다. 건설노조 측은 노조를 악마화하는 혐오 표현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정부가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지지율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노조 강경대응이 있을 때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습니다. 화물연대의 파업 돌입 시점에서 철회 직후까지 약 한 달간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는 6% 상승했으며, 긍정 평가 이유 1위가 ‘노조 대응’이었습니다. ‘건폭’ 발언 직후에도 역시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야권 기반 약화가 목적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노총이 진보 진영의 실질적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힘을 빼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약해질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노동계는 정부의 건폭 몰이와 무리한 수사가 양회동 지대장을 극단으로 내몰았다고 말하며, 고인의 죽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에디터 건조🍂, 클럽장 벨빅🔔

용혜인 의원, 노키즈존 없애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어린이날 전날인 4일,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고 주장했습니다. 생후 23개월인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기자회견에 나와 화제가 됐습니다. 용 의원은 “아이와 손을 잡고 나가면 어디를 가야 할 지 막막하다”며 공공시설조차도 합리적 이유 없이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국가 차원의 공공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하길 요구했고,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는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줄을 서지 않고 먼저 입장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대신 같은 날 신청된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승인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2015년 최초로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받은 이후 처음으로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조례에 따른 적법한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혐오세력의 압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위원회에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조직위는 퀴어문화축제를 열 다른 방법을 반드시 찾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태영호 녹취록 논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보좌관들과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입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언급하며 한일관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입니다. 국힘 내에서도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며 부인했고, 태 위원 역시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태 위원은 애초 제주 4.3 폄하 발언을 두고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김기현 대표의 지시로 녹취록 건도 심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