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감사, 중심 잡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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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 알아보기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그런데 국감을 이틀 앞두고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알려졌다. 야당은 이를 두고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국정감사 첫날 회의장에서 여야가 피케팅으로 대치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여야는 그 밖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외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을 두고 국정감사장에서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알면 좋은 맥락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6월 서해 연평도 근처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공무원 이대준 씨가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북측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다. 해경은 당시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한달 만인 지난 6월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안보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서면조사를 거부하자 감사원은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서면조사 통보가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반발이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감사원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헌법기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감사원의 독립적 감사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정감사 중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 이에 야당은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배후’라며 대통령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국정감사에서 뭐가 중요한데?

국정감사 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면 정쟁 국감과 정책 국감이다.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정책 국감을 원하지만 정쟁 국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국정감사 시기마다 반복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를 감사하는 공개 청문회다. 국회의원이 정부 및 국가기관의 운영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한다. 국정감사 기간은 1년에 단 20일이다.

정쟁이란 정치인들이 벌이는 싸움을 말한다. 정치는 원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기 마련이고, 정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 정치에서 대다수의 정쟁이 상대를 끌어내리거나 대립을 심화시키기 위해 벌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쟁 국감은 국정감사가 실질적인 문제해결은 뒷전인 채 정쟁에 휘말리면서 제 역할을 하게 되지 못한 상황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정쟁 국감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감사원 서면조사 거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논란 및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등 정쟁 이슈들이 중심이 돼 정책 논의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정쟁 이슈들을 두고 여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정감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작 시간 지연

4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됐다. 민주당 위원들이 문 전 대통령 감사원 서면조사에 대해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제지에 나서면서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증인 채택 기싸움

국정감사에 필요한 증인 채택 과정도 삐걱거렸다. 증인이나 참고인을 소환하려면 각 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합의해 일주일 전까지 출석을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가 각자의 의도에 맞는 증인들을 세우기 위해 대치하면서 증인 채택이 지연되거나 증인 출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증인 채택이 늦어지면서 4일, 6일 모두 증인 없이 진행됐다. 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문 의혹 관련 증인을 두고 충돌이 있었다. 국힘은 민주당이 다수인 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증인 명단을 통과시켰다고 반발했다. 일부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자, 민주당은 법에 따라 출석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 막말, 회의 중단

여야의 갈등이 거세지면서 회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흥분한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고 막말을 주고받는 일이 벌써 여러 번 발생했다.

4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는 세 번이나 중단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퇴장,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논란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5일 복지위원회 국정감사도 윤 대통령의 어린이집 방문 발언을 두고 말다툼이 일어 중단됐다.

국정감사에서 뭐가 ‘진짜로’ 중요한데?

이처럼 특정 사건에 집중된 정치공방이 계속되면서 국정감사에서 살펴야 할 사안들이 가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해묵은 민생 관련 이슈들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는 원청 기업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해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에 참여하지 않던 원청 기업이 교섭에 응하도록 할 수 있다. 여당은 ‘노조에게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국정감사장에서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홀로 떠안지 않도록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도 중요한 민생 현안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가계부채 문제 해소와 금융취약계층의 부채부담 완화도 다뤄질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주요한 쟁점이다. 정부조직법을 통해 이번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가 이뤄지면 여성가족부의 주요 기능은 복지부 산하에 신설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여성 고용정책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된다. 이에 여성계는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독립 부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성평등 문제를 방기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반대 입장이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국가보훈처 장관급 승격,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전담할 재외동포청 신설 등도 담겨 있다.

미 IRA 개정, 전기차 미국 수출 어쩌나

미국이 IRA를 통해 외국에서 조립해 수출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국산 전기차들의 미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야당은 정부가 IRA 개정에 늑장 대응을 한 탓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IRA 개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오늘 담소 마무리

정쟁 이슈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가 지금 당장 정부에게 전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내 삶과 직결된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클러버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정치인을 발견하길 바라며, 애정클도 눈을 크게 뜨고 있겠다.